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좀 지난 이야기입니다만,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방영기간을 찾아보니 2008년 9월 10일~11월 12일이었네요. 벌써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 과거의 이야기라니 시간이란 참 금방입니다.

  마침 그 즈음은 저도 베토벤을 한창 듣던 때라 시기가 잘 맞았습니다. 그래서, 금방 드라마에 빠져들었지요. 그래서 또, 중반 이후 망해가는 드라마 꼬라지에 분노하여 작가, 감독, 몇몇 배우들을 향해 날린 욕이 얼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쩝....

   서른 살이 넘어서부터는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간다 싶습니다. 가끔씩 상상하기를, 혹시 누가 숨어서 시간 가속기를 돌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제 취향만은 오히려 느긋하게 풍류를 찾고 있는 것은 또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작년 초 어느날부터 갑자기 클래식을 듣기 시작한 겁니다.

  클래식이라니! 평생 가까이 할 일은 없을 줄 알았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어떤 운명적 계기가 영화처럼 펼쳐진 것도 아닙니다. 그냥 어느날 불쑥 베토벤 교향곡 9번이 제게 찾아왔을 뿐입니다. 딱히, 어디서 어떻게 처음 필이 꽂혔는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예전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음악시간에 한 번씩 클래식을 들려줄 때가 있었습니다. 우리에겐 우이독경이 따로 없던 그 시간에 오직 한 명, 반장만이 눈을 감은채 머리를 헤드벵잉하고 부르르 떨기도 하며 혼자 음악에 빠져들곤 했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안 그래도 대가리가 커서 별명이 대가리인데, 그 큰 대가리를 왜 저리 흔들지?

 
아아, 지금은 제가 그의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듣노라면 대가리를 흔들고 부르르 떠는 것은 기본이요, 지휘자인양 크게 손을 휘젓기까지 합니다.

   예전에는 들어도 들리지 않았으나, 어느날 홀연히 듣지 않아도 들리게 되는 이 신묘함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 안에 무엇이 변한 것일까요? 결혼을 포기하는 자포자기의 심정이 그리한 것일까요?

  클래식 마니아는 방에서 혼자 음악을 듣는 시간이 많아서 여자를 만날 기회가 없다고도 하지요. 또, 음향기기에 돈을 쏟아 붓기 마련이므로 현명한 여자들이라면 알아서 피해 간다는 숙명의 길이 바로 이 길이라지요?
 
  이런, 제가 미쳤나 봅니다. 설마 절대 발을 들여놓지 말아야 하는 곳에 제가 빠져든 것은 아니겠지요? 담배도 그렇게 힘들게 고생해서 작년에야 겨우 끊었는데, 설마 이 길이 담배보다 더 인이 박히고 마는 독한 중독의 길은 아니겠지요?

   다만 안심인 것이 저는 결코 클래식 마니아가 아니란 것입니다. 그래서 언젠가 때가 되면 결혼도 할 것입니다. 저는 클래식을 알지 못합니다. 다만,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듣는 것을 너무 좋아할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베토벤 교향곡 7번도 듣게 되었을 뿐이고, 또 그러다 보니 차이코프스키의 곡도 몇 개 들어보고, 또 그러다 보니......

  다만,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듣는 것을 너무 좋아할 뿐입니다. (가끔 베토벤 교향곡 7번의 유혹에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지만 말입니다)

   베토벤은 합창교향곡을 완전히 귀가 먼 상태에서 작곡했다고 합니다. 작곡가로서 더 이상 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건 얼마나 큰 고통이었을까요? 절망적인 고통과 뜨거운 열망이 뒤엉킨 치열한 창작의 몸부림 끝에, 마침내 베토벤은 세상 경계 너머의 저 곳을 잠시 엿볼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 곳의 소리를 훔쳐온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만큼 합창교향곡은 참 좋습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어도, 언제고 다시 들어도, 한결같이 마음이 떨리고 좋습니다. 아마 모짜르트도 합창 교향곡을 듣게되면 '환희의 송가'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왈칵 눈물을 쏟으며 베토벤에게 You Win !! 을 외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도 고즈늑한 새벽녘에 서서히 여명이 밝아올 즈음이면 종종 합창교향곡을 듣곤 합니다. 때로는 깊은 밤, 깊은 어둠 속에서 듣기도 하지요. 가끔은 책을 읽으면서 듣기도 합니다.

 
아아, 언제라도 좋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여자를 만날 기회가 없는 것도 같습니다. OTL

 

오, 벗들이여 ! 이 가락이 아닌, 더욱 즐거운

그리고 기쁨에 넘치는 노래를 함께 부르자 !

(환희의 송가 도입부 가사)





내가 꿈꾸는 환희의 순간!
세상 경계 저 너머의 그 곳은 이런 곳이 아닐지.....orz

Posted by 즐거운 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