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는 오랜 친구들과 1박 2일로 대둔산에서 놀다 왔습니다.
진주에서, 일산에서, 부천에서 모여든 친구들은 오랫만에 왁자지껄 즐겁게 웃고 떠들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첫날 오후에는 쏟아지는 장대비를 뚫고 대둔산을 올랐는데, 친구들과 함께한 빗속의 산행은 운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상쾌함이 뼈속까지 스며드는 것만 같았습니다. 오랫동안 기억될 산행입니다.
밤에는 바비큐와 술로 늦도록 떠들고 놀았습니다. 시커먼 남자들 뿐이지만 한번 수다를 떨면 아줌마들 저리 가라입니다. 앞으로는 아줌마들 수다 떠는 모습 보고도 고개를 절래절래 젓지는 말아야지 다짐하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보니 날씨가 말끔하게 개어 있었습니다. 근처에서 온천욕을 가볍게 즐기고는 인근의 한우마을 집을 찾아 실컷 배를 불린 후 아쉬운 일정을 마무리하였습니다.
일전에 정약용의 글 <세검정에서 노닌 기>를 소개하면서 우리 친구들과의 만남도 그와 같기를 기대하였는데, 장소가 딱이고, 때는 마침이요, 뜻까지 맞아서 참말로 그리 되었습니다. 하하하, 유쾌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지난 글 소개 : 2009/06/28 - [음.........] - 세검정에서 노닌 기(遊洗劍亭記), 다산 정약용]
하지만,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요. 즐거운 만남에는 작은 소동도 있었고, 그로 인한 후유증도 심각하였습니다.
둘째날 아침, 한 친구가 화장실에서 큰 일을 보았는데, 전날 먹은 음식이 과하였는지 화장실 변기가 그만 꽉 막히고 말았습니다. 아아, 현장을 목도한 저는 아침 일을 볼 마음이 싹 가시었고, 어쩌다보니 종일 참고만 있게 되었습니다.
오전에 퇴실을 하려는데 모두들 은근히 걱정 반, 쪽팔림 반이었습니다. 하늘이 사악한 자들을 도우셨는지 마침 주인분이 자리를 비우셨는데, 휴대폰 연락도 되지 않는데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시지를 않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찜찜한 마음을 뒤로 하고 관리실에 열쇠를 두고 달아났습니다 퇴실하였습니다.
온천욕을 하고 나오니 모임 회장 휴대폰에는 펜션에서 걸려온 부재중 전화가 두통이나 됩니다. 쪽팔려서 쌩까고 그대로 날르자는 생각도 잠시 들었으나, 우리 친구들이 양심은 있는 자들이라 결국 펜션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휴, 다행입니다. 바비큐 설비 이용료를 못 받았다는 전화였습니다. 아마도 아직 변기를 확인하시지 못한 모양입니다. 주인 아주머니, 기쁜 마음으로 계좌에 입금시켜 드릴게요. 그나저나 막힌 변기 뚫느라 고생 많으셨을 텐데, 우리 모두가 죄송해 한다는 거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아무튼, 작은 소동 덕분이었을까요. 덜깬 술에 속은 쓰리지만 모두들 여전히 낄낄대고 시시덕거리며 괜스레 들뜬 기분들입니다. 똥싼 자들은 희희락락하는데, 애꿎은 사람만 똥 치우느라 고생인 법입니다. 하지만, 한없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유쾌한 만남도, 이제는 집에 가야할 시간이 있는 법입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돌아온 저는, 때가 되자 어김없이 허기를 느끼고는 라면에 밥까지 말아서 혼자서 묵묵히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러고 한참을 있으니 불현듯 대단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이틀 내내 먹은 것은 많은데 비워주지를 않아서일까요. 쑤욱하고 시원하게 일을 치루는데, 상쾌함이 똥꼬 깊숙이 스며드는 것만 같았습니다. 물을 내리고 흐뭇한 마음으로 뒤를 스윽 돌아보니, 이런 제길, 꽉 막혔습니다. 넘칠듯한 작은 연못에 시커먼 구렁이가 둥둥 떠다니고 있습니다.
아....그걸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제 겨우 지난 이틀간의 첫날 게 나왔을 뿐이고, 계속해서 둘째날 것도 은근한 기운이 파고를 높여가며 점점 다가옵니다. 급히 트래펑을 사와 한 통을 다 풀어 넣었으나 변기 속의 굵은 몸뚱아리는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아아, 정신이 아득해져옵니다.
여기에다 소변마저 계속 마렵습니다. 그나마 소변은 욕실 바닥에 바로 바로 해결하였습니다. 하지만, 조준이 정확하지 못하여 욕실 수채구멍에 명중하는 것보다 다리에 온통 튀는 게 더 많습니다. 차라리 한쪽 다리를 들고 욕실 벽에다 갈길 걸 그랬나 봅니다. 참을 인(忍)자 세 개면 살인도 면한다는데,
이깟 항문 내 몸 하나 다스리지 못해서 어찌 장부라 하겠습니까. 그렇게, 참을 인(忍)자가 세 개를 넘어서 몇 개인지 더이상 기억도 나지 않는, 오장육부가 타들어가는 고통 속에 문득 드는 생각이, 참...인간이란 어떤 존재란 말인가, 인간이란 가끔씩 스스로 저지른 짓에 스스로도 말문이 "막힐" 만큼 불가해한 존재인가....대단하다 해야할 지, 어리석다 해야할 지. (물론, 펜션 변기에다 그 짓을 저지른 친구나, 지금의 저나, 이 둘을 생각해 보면 고민할 것도 없이 아주 숭악한 놈들에 지나지 않긴 하지만 말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는 막힘과 소통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거론됩니다. 누가 옳고 그런가를 떠나서 그만큼 소통이 잘 되고 있지 않는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변기가 막히면, 막히게 한 사람이 나서서 변기를 뚫어야 하는 법입니다. 누가 대신 해 줄 수는 없습니다. 뜻을 이루기 위해 나 대신 남의 손에 피를 묻히게 할 수는 있어도, 남의 손에 똥을 묻히게 하는 건 쪽팔린 일이지요. 변기를 막히게 한 누군가는 직접 나서서 변기를 뚫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꽉 막힌 변기가 쑤욱 하고 뚫리면 무척이나 시원할 것입니다. 오랜 친구들을 만나서 노니는 것도, 변기에 엉덩이를 걸치자마자 한방에 쑥 내려가는 것도, 꽉 막힌 변기가 쑥 뚫리는 것도 아주 시원한 일이지요. 그처럼 시원스레 소통하고 나면 삶이 유쾌해집니다. 오랜 친구들을 만나면 절로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지 않습니까? 시원하게 일을 보고 일어서면 나도 모르게 콧소리가 흘러 나오지 않나요? 바로 그런 것입니다.
지금 어딘가 마음속이 답답하고 꽉 막힌 분들은 오랜 친구를 만나 허물없이 실컷 수다를 떨어 보십시요. 변기가 꽉 막힌 분들은 변기에다 비닐봉투 공법1을 시공해 보십시요. 통(通)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언제나 시원하게 소통되는 유쾌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후 기 >
모임카페에 모임후기를 올리면서 제가 겪은 후유증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이노무 쌩고생의 발단이 된 그 짓을 저지른 친구는 뭘 그리 호들갑이냐며 천연덕스레 딴청을 피웁니다.
야이 씨...............에라이.............. 넌 내가 두번째 일은 어찌 잘 해결은 했는지 걱정도 되지 않더냐?
엉덩이에 닿을까봐 기마자세로 엉덩이 치켜든채 그 위에다 또 쌓아 올리는데,
그 참담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더라.....orz
소통이 막히면 친구고 뭐고 없습니다. 아주 죽일 놈일 뿐입니다.
* 덧붙이는 말 : 정성스런 도시락에, 최고의 바비큐 준비에, 우리 모임 마눌님들의 모임 내조는 참으로 대단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소중한 주말시간에도 기꺼이 남편들을 모임에 내어준 그 은혜로운 마음이 제일 감사합니다. 모두가 내조의 여왕들입니다.
-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 방법이 제일이라 하더군요.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그나저나, '변기막힘' 이라는 검색어로 그렇게나 많은 검색결과가 나올 줄 미처 몰랐습니다. 확실히 우리 사회에 소통의 부재, 막힘 증상이 만연한 건 사실인가 봅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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