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원래 축빠였습니다. 하지만, 열정이 부족한 것인지 박지성의 맨유 경기를 자주 접해본 이후로는 국내 프로축구 리그에 점점 흥미를 잃어가고, 급기야는 국대 경기마저 시큰둥해지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반면에, 야구의 경우를 말하자면 지금껏 관심과 외면이 교차해온 오래된 '아는 사이'라 할까요. 프로야구 출범 원년부터 'MBC 청룡' 열혈 꼬꼬마팬이었을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가도, 어느 순간 축구를 더 좋아하게 된 이후로는 야구에 관심을 끊은지가 오래이기도 합니다. 굳이 응원하는 팀을 들라면 MBC 청룡을 이어받은 꼴쥐 트윈스라 할 수 있지만, 꼴쥐 트윈스가 말그대로 꼴등만 하는 쥐돌이인 줄도 잘 몰랐을 정도로 최근에는 야구 물정에 무척 어둡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요즘 흔히들 그런 것처럼 올림픽과 WBC를 통해 다시 한번 야구에 대한 관심과 재미를 느끼고는, 그동안 내평겨쳐 놓았던 꼴쥐 트윈스를 열심히 응원하기 시작했습니다. 휴, 첫 정을 주고 만 죄로 지금도 여전히 꼴쥐를 응원하고는 있지만, 참........하여튼 첫 정을 주었던 제 잘못이지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그래도, 젊고 예쁜 여자팬들이 많은 것 같아서 성적과는 무관하게 그럭저럭 팀에 만족을 하고 삽니다. ^^ (사실, 젊고 예쁜 여자팬들이야말로 저를 다시 야구로 끌어들인 결정적 계기라 할 수 있지요.....)
꼴쥐 외에도 또 하나 제게 있어 특별한 팀을 들라면 '꼴데'를 들 수 있습니다. 제 고향이 경남인지라 어릴 때부터 주변에는 꼴데팬이 넘쳐났습니다. 게다가, 저와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열정적인 응원을 펼치는 모습을 보노라면 팬이 아닌 저마저도 절로 피가 끓어오르는 듯한 동질감과 친근감을 종종 경험하곤 합니다.
하지만, 이미 몸과 마음을 주고 만 정인情人, 아니 홈팀이 있는지라 한 마음으로 두 팀을 품을 수는 없는 법이지요. 급기야 불길한 마음의 싹을 자르기 위해서 저는 오히려 꼴데"까"가 되고 말았습니다. 일부 꼴리건들을 볼 때면 '저 봐라, 역시 저런 놈들이야' 라며 무척 즐거워하는가 하면, 검이라면 역시 꼴데"검" / 부산 "칼"매기 / 꼴무라이 / 꼴데검 사건이 벌어졌을 때는 박장대소, 깔깔거리며 꼴데를 비웃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제게 있어 꼴데는 그야말로 "애증愛憎"의 팀이지요.

그리고, 요즘 저는 그 애증愛憎의 꼴데가 살고 있는 던젼, 부산에 머물고 있습니다. 업무상 임시로 부산 사무실로 출근 중인데, 다음 주까지도 계속 부산에 머물 예정입니다. 부산 장기출장인 셈이지요. 지난 금요일에는 차를 타고 사직구장 앞을 지나가는데, 보는 순간 왠지 모르게 가슴이 철렁 내려앉더군요. 적군의 심장부에 홀로 내던져진 느낌이랄까요, 아니면 '내가 니 애비다' 라고 말하는 다스베이더와 마주한 스카이 루크의 심정이랄까요. 참 묘했습니다.
여기 사무실에도 역시나 어김없이 꼴데팬들이 천지삐까리로 깔려 있는데, 걔 중에 꼴데 광팬 여직원이 한명 있습니다.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 꼴데 여자팬이라면 그녀 역시 박기혁 얼빠이지요. ㅋㅋㅋ 아무튼, 얌전한 이 여직원도 야구 이야기만 나오면 아주 열을 내곤 합니다. 꼴데 이야기로 넘어가면 살짝 흥분증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참 신기하고 재밌더군요. ^^
그제는 점심을 같이 먹다가 야구장은 주로 누구랑 가냐고 물어봤습니다. 친한 여자친구랑 간다더군요. 그런데, 그 친구가 야구를 별로 재미없어 하는 바람에, 요샌 야구장엘 자주 못간다면 엄청 아쉬워 하더군요. 그냥 말만 그러는 것이 아니라 새초롬한 얼굴표정과 살짝 귀여운 몸짓까지 곁들여 온 몸으로 아쉬워 하더군요.
호오~~? 요거, 요거........
'그럼 저랑 같이 가실래요?'
순간 하나의 완죤한 모범답안이 튀어나올 뻔 했습니다. 이건 마치 교과서의 한 장면처럼 전개되는 상황이랄까요? 마치 영어공부를 할 때 달달 외운 대화 지문의 순서처럼, 제가 이 말을 해주어야만 하나의 대화가 완성될 것만 같았습니다. ^^
제가 꼴데까만 아니라면, 곧 서울로 올라갈 예정만 아니라면, 한번 떡밥을 던져볼 만했는데 참으로 아쉽더군요. 손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았는데..... 아, 제가 요즘 머리를 기르고 미소짓는 연습을 제법 오래 한 이후로는 과도한 자신감과 착각에 빠져 있거든요. 여자들이 제 앞에만 서면 배시시 수줍은 교태를 부린다는 광포한 말기적 망상에 빠져 살고 있어요. ㅎㅎㅎ 죽일 놈이지요.
아쉬움은 좀 남지만 이번 일로 저는 절실히 깨달은 바가 있습니다. 아, 야구를 더욱 맹렬히 좋아해야 하겠구나. 야구는 로맨스이구나. 메말라 있던 내 가슴에 촉촉한 로맨스의 비를 뿌려줄 이 누구더냐, 야구장을 가거라. 야구장에 그녀가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깨달음입니다.
어서 빨리 서울로 올라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젠 야구장 어딘가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을 미지의 그녀를 더이상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 야구가 더욱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 아, 설렘의 야구. 최고입니다~!
(때문에, 응원팀도 두산으로 바꿀까 고민 중입니다. 야구중계를 쭉 지켜본 바로는 두산 여자팬들이 제일 예쁜것 같더라는....)
* 꼴리는 대로 퍼갈 것을 장려하고 있는 샤다라빠의 꼴데툰 13화를 같이 올립니다.
이번 13화는 무척 공감가는군요. ㅎㅎㅎ 달콤 쌉싸름 꼴데야구. 훗훗훗....
샤다라빠는 꼴데 응원하면 로맨스가 생긴다고 하는데,
저한테도 100% 보장해 줄 수만 있다면야 지금이라도 꼴데팬으로 돌아설 마음이........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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