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친한 친구가 뜬금없이 취미에 관한 고민을 말하더군요.
후배 하나가 술자리에서 갑자기 '선배님은 취미가 뭡니까?' 라고 묻는데,
순간 변변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살짝 당황했다고 합니다.
'새끼, 이제 숨 좀 쉴만한갑지? 그런 걸 다 묻고. 니는 취미가 뭐꼬?'
친구는 순간 재치있게 위기를 넘겼지만, 스스로에게 기분이 참 찜찜했다고 합니다.
그 친구는 어린 시절 기억 속에도 그와 비슷한 씁쓸한 일화가 있다고 합니다.
10살때 쯤인가 친척 할아버지가 오셔서 취미가 뭐냐고 하시는데, 그냥 집에서 노는 거라고 말했답니다.
할아버지가 가신 후에 어머니께 엄청나게 야단을 맞았다는군요.
친구 어머님이 생전 크게 야단을 치지 않으시는 분인데 그 날만은 그렇게 화를 내시더랍니다. 남세스럽다며.
10살짜리 꼬마가 특별한 취미랄 게 뭐 있겠습니까만은,
그래도 그 질문은 몇 가지 정형화된 답변과 어울려서 하나의 상용 생활국어 대본을 이룬다 할 수 있지요.
" 그래, 넌 뭐 좋아하니?"
"책 읽는 것이요" or "장난감 로보트 만들기요."
"어이쿠, 녀석. 기특하기도 하지, 이놈은 장차 커서 학자나 과학자가 되겠는 걸!"
뭐, 의례 이런 코스 요리를 예상하고 질문을 던지시고들 하지요.
다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그냥 집에서 논다는 대답이라면...........
그 후로도 친구는 지금껏 딱히 취미라 할 것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등산이나 독서는 생활의 일부일 뿐이라 생각되고,
음악이나 영화감상은 그저 여가를 보내는 것일 뿐, 진정한 취미라 여겨지지 않더라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지금껏 자신의 취미란은 언제나 '취미 돌려막기' 였다고 합니다.
이력서나 각종 개인 신상정보를 파악하는 서류에는 빠짐 없이 취미 기입란이 있습니다.
게다가 간혹 친구의 경험처럼 재수없게도 누가 취미를 묻는 난처한 경우도 있습니다.
친구는 그럴 때마다 독서, 등산, 음악감상, 영화감상 등등의 뻔한 모범답안들을 돌려막기해 가며
근근이 지금까지 버텨왔다는 것입니다.
예전 어릴 때는 모범답안을 외우지 못해 곤란을 겪었고, 이제는 모범답안을 너무 달달 외워서 씁쓸해진 셈이지요.
그리고, 이제는 더이상 궁색맞고 씁쓸해서 못해먹겠다며 진짜 취미 하나 갖고 싶다는 심정을 토로하더군요.
절로 감흥이 일고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그 무엇에 대한 열망.
취미 돌려막기라. 참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저 역시 돌려막기 참 많이도 했습니다. 어디 취미 뿐입니까? 특기 돌려막기도 만만치 않지요.
뻔하디 뻔한 교과서적 취미와 특기 몇 가지로 내내 궁색한 돌려막기해 오며,
뒤 끝 씁쓸함을 삼켜온 것이 솔직한 제 처지이지요.
때로는 지금껏 도대체 뭐하고 살았나 하는 자괴감까지도 들었고요.
다음 번엔 내 반드시 자신있게 써넣을 취미와 특기를 가지고 말리라 주먹을 불끈 쥐지만,
시간이 흘러 또다시 그 순간이 찾아오면 똑같은 일이 되풀이됩니다.
구간반복 속에 갇혀버린 나....
제목에선 좌우명 이야기를 할 것처럼 하고는 웬 취미 이야기만 늘어 놓냐고요?
어느날 문득, 비루한 제게는 좌우명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해 온 이야기에 '취미'란 단어 대신 '좌우명'을 적어 놓기만 해도 똑같은 상황임을 깨달았습니다.
다만, 그 불편한 진실을 대면하고서 느끼게 되는 한심함과 씁쓸함은 훨씬 더 크지요.
최근 저는 생각지도 않은 일로 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들을 정신없이 치뤄내고 있는 중입니다.
급격한 환경의 변화와 새로운 경험의 충격으로 멍한 와중에 문득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지금 나는 이 혼란과 도전 속에서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는 내면의 중심이 필요한데...
어디보자, 나한테 그런 게 있었던가. 그래, 흔히들 좌우명이라고 하는 것 말이야...'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스스로에게 'No' 라고 대답하는 순간, 스스로에게 참 실망스럽더군요.
생각해 보니 변변치 못한 저란 놈은 취미와 특기만 돌려막기한 것이 아니라 좌우명마저도 돌려막기 해왔더군요.
진인사 대천명, 정직, 성실, 착하게 살자, 안되면 되게 하라 등등
진부한 좌우명 몇 가지로 필요할 때마다 돌려막기해 온 것이 부끄러운 제 모습입니다.
나이 서른 다섯에 아직 변변한 좌우명 하나 없이 지금껏 살아 왔다니,
망망대해에서 용케 표류하지 않고 항해를 계속 하고 있는 것이 다 신기할 지경입니다.
이러고도 매사에 생각이 있는 사람처럼 행세하는 꼴이라니 가증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천운이라 할까요? 이번에 전 평생의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주문'을 하나 갖게 되었습니다.
최근의 큰 변화를 헤쳐 나가는 속에서 나름 체득한 좌우명이라 믿음이 갈 뿐만 아니라 벌써 애착도 갑니다.
가히 평생을 함께 할 만한 좌우명이라 자부하는 바입니다.
실제로 이 좌우명을 마음에 품고 실천에 노력한 결과,
세상이 저를 대하는 것이 분명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여자들이 저를 대하는 반응이 달랐습니다. (이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아, 오랜 솔로생활에 지쳐 뇌내망상이 심해진 것일까요,
이 좌우명을 실천하고 있노라면 제 앞에 선 모든 여자분들이 수줍은 미소와 함께 배시시 몸을 꼬며 다소곳해지는 기분입니다.
비로소 지금껏 제가 솔로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 좌우명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저주받은 제 운명을 그토록 한탄하였건만
해법은 이토록 간단한 것을 왜 진작에 몰랐나 싶어서 억울하기까지 합니다.
아, 물론 여자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 좌우명은 제게 있어 인생의 마라톤을 꾸준한 페이스로 완주하게 해 줄 마법의 주법이 될 것임을 직감합니다.
그동안 저는 인생과 일을 단거리 경주마냥 냅다 내달리다가 제풀에 지쳐 고꾸라진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제가 나름 꽤 집중력 있게 일을 하고 단기간에 성과를 만들어 내는 편이지만,
스스로에 대한 스트레스 관리는 그다지 잘 하지 못했습니다. 일에 몰두할수록 더욱 스트레스를 받곤 했지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방전되고 마는 것이 제 치명적인 단점이었습니다.
이 좌우명을 몰랐기 때문입니다.
아니, 몰랐다기 보다는 뻔히 알면서도 그때는 무언가 서로에게 인연이 없었던 거지요.
하지만, 이제 이 좌우명은 제게 성큼 다가왔습니다.
저도 애써 찾으려 하지 않고도 이 좌우명에 절로 이끌렸습니다.
왜 이제사일까 한탄할 것도 없습니다.
다만, 이제사 연이 닿았을 뿐이지요. 운명입니다.
이제 이 마법의 주문, 제 인생의 좌우명을 소개할까 합니다.
"스마일(Smile)"
제 나이 서른 다섯, 이제사 얻게된 평생의 좌우명입니다.
이 간단한 말 한마디가 제게 의미하는 바는 참으로 큽니다.
저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저이기 때문에 스마일(Smile)이란 좌우명은 결코 간단치 않은 주문이 됩니다.
저를 가장 크게 변화시켜 줄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엔 그저 업무상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는 대인관계 기술로 새삼 노력해 본 것이지만,
이로 인해 저의 내외부에서 일어난 변화들을 감지한 이후로는
이것이 단순한 대인관계 기술 이상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협소설 속의 주인공이 기연을 만나 절세무공 비급을 얻는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이 비급을 부지런히 수련한다면 인생의 절세고수가 될 것임을 직감했습니다.
절세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내공 심법이 제일 중요한 법이지요.
힘든 때일수록, 짜증날 때일수록, 포기하거나 도망치고 싶을 때일수록 마음으로부터 스마일(Smile)할 것입니다.
스마일 에너지로 미인도 얻고^^ 제 삶을 스스로 주도하며 오래오래 가는 에너자이저(Energizer)가 될 것입니다.
우선은 얼굴로부터 활짝 웃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겁니다.
전 죽어도 안되는 줄로만 알았지만 연습하니 되더군요.
미소도 안면근육, 특히 입주위 근육을 움직여 만들어 내는 것인지라
평소 미소 근육을 자주 움직여 주니 이제는 제 미소도 제법 그럴듯 합니다.
물론, 여전히 어색한 맛이 좀 남아 있지만 예전의 로보트 표정에 비하면 천지개벽이 따로 없습니다.
예전에 사진을 찍을 때면 제 딴에 활짝 웃는다고 하여도 나온 사진을 보면 잔뜩 인상을 쓰고 있지요,.
하지만, 이젠 최소한 미소 비슷한 것으로 봐줄 만한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됩니다, 돼요. 저도 되더군요.
그리고, 하나 더 되어야 할 일이 남았습니다.
저의 뇌내망상이 허무맹랑하지만은 않다면
저도 이제는 기나긴 솔로 생활을 청산하고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필 날이 머지않았을 겁니다.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됩니다, 돼요, 저도 될 거예요. 스마~일~~ 흐흐흐
스마일(Smile), 단순명쾌한 인생 에너지.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여전한 저 어색함이란.
분명 환한 미소를 지었다고 생각했건만.....
수련에 또 수련. 오직 수련만이 살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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