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에선 어떤 상황이나 장면에 대해 지나치게 세밀하게 묘사해 주기보다는 읽는 이가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표현이 진짜 감칠맛이라 들었습니다. 다 보여주기 보다는 상상하게 해 준다. 이거 뭔가 친숙한 주제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에로티시즘! 주로 포르노를 즐겨 보는 비루한 저이지만, 포르노이즘와 에로티시즘은 구분할 줄 압니다. 까놓고 호쾌하게 펼쳐 보이는 것이 포르노요, 은밀한 노출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 에로티시즘 아니겠습니까? 각자 일장일단이 있겠으나 두뇌의 자극과 상상력의 개발엔 포르노보다 에로티시즘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그처럼 상상력을 키우면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까요?
제 생각에 가장 중요한 역할은 꿈을 꾸게 해 주는 것입니다.
꿈이란 현실이 아닌 것이기에 상상력을 통해서만 그려볼 수 있습니다.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눈 앞의 현실 그 너머를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눈 앞의 현실이 곧 진리라 생각하기 쉽상입니다. 매트릭스의 가상현실을 현실로 살아가는 영화 속의 그들처럼. 그러면 당장은 골치 아프지 않고 속 편합니다. 대신 평생을 어깨가 처진채 살아갈 지 모릅니다.
반면, 상상력을 통해 꿈꾸는 사람은 내 안에 가득 차있는 꿈때문에 가슴과 어깨를 쫙 펴고 살아갑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모이면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됩니다. 요즘 드라마 선덕여왕에서도 '꿈'에 관한 메시지가 자주 나오지요. - '불가능한 꿈을 꿔라. 그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한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룰 수 없기 때문이지만, 후대의 여러 사람들이 그 뜻을 이어 나간다면 그 꿈을 이루는 것을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혁명의 아이콘 체게바라도 이런 말을 했다지요. -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는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모두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꿈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결국 우리를 꿈꾸게 해 주는 상상력을 가지라는 말이기도 합니다.
또한, 상상력은 기업활동이나 개인역량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옛시 읽는 CEO (고두현 지음, 21세기 북스)'의 저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 '상상력은 초승달로 나무도 베게 한다.' (관련 포스팅 : 2009/07/04 - [좋은 글과의 수상한 만남] - 마음으로 칼을 들어 그대를 베리라.) 그러면서 똑같은 사물이나 환경도 어떤 감각으로 재해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신선한 감각이란 우리 곁의 사소한 것들을 '발상의 전환'이란 렌즈로 보는 것이며, 일상과 통념에 매몰되어 있는 우리의 뇌와 마음을 새롭게 바꿔보는 것, 이것이 곧 '초승달로 나무를 베는' 아이디어라는 것이지요. 실례로 P&G의 어린이 칫솔, 3M의 포스트잇, 듀폰의 나일론, 켈로그의 시리얼, HP의 잉크젯 프린터 등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사실은 그 가치를 알아본 '상상력의 변곡점'이 재탄생시킨 걸작이라는 것이지요. 이렇듯 상상력은 구름 위를 거니는 것이 아니라, 메마른 대지에 촉촉한 비를 뿌려주는 현실적인 힘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훌륭한 상상력의 용도에도 불구하고 제 개인적으론 상상력을 엉뚱한 곳에 써먹는 일이 훨씬 많습니다. 잘 개발된 상상력을 통해 짜릿한 꼴림을 느끼곤 하거든요. 노골적인 노출이 없이도 말입니다. 결국 서두의 에로티시즘 이야기로 되돌아온 셈인데요. 사실, 제가 이번 포스팅을 쓰게 된 계기도 예전에 본 인터넷 신문기사 속의 한 장의 에로티시즘적 사진때문입니다. 그 어떤 포르노보다 후끈하고 강렬했던 인상의 그 사진. 상상력의 힘이란 정말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 출처 : ‘축구경기 중 미녀가 소변을…’ BBC 황당 방송사고 (2009년8월10일 / 도깨비뉴스)
어떻습니까? 참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해 주는 사진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은근히 사람 꼴리게 만듭니다. 단지 미끈한 다리 두 개만 보여주었을 뿐인데, 보는 이는 상상력을 통해 훨씬 더 많은 것을 그려보게 됩니다. 그리고, 상상력을 통해 완성되어진 전체의 그림은 각자에게 최고의 만족을 안겨줍니다. 만일 사진 속의 여인이 전부를 보여주었다면 오히려 실망했을 사람이 더 많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감춤으로써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상상력의 힘입니다.
그런 점에서 인터넷 공간에 나도는 소위 '은꼴사'라 하는 것을 볼 때면 참으로 개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은꼴사란 '은근히 꼴리는 사진'이란 뜻입니다. '은근하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다음 국어사전에 따르면 [1. 정취가 깊고 그윽하다 2. 행동 따위가 함부로 드러나지 아니하고 은밀하다 3. 겉으로 나타내지는 아니하지만 속으로 생각하는 정도가 깊고 간절하다]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꼴린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역시 같은 출처에 의하면 [음경(陰莖)이 흥분하여 일어나다]란 뜻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꼴리다'란 목표를 향해 접근하는 '은근하다'란 방법론입니다. 즉, 먼저 은밀하고 그윽하게 상상력을 불러 일으키고 난 다음에, 시간을 두고 상상력을 음미하다 보면 절로 꼴리게 되는 것이 바로 은꼴사의 오묘한 맛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포르노를 보며 호방한 맛을 즐길 일이지, 굳이 은꼴사를 볼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제일 좋은 것은 둘 다 안 보는 것이지요)
그런데 어떻습니까? 시중에 나도는 '은꼴사'란 이름의 것들은 사실은 제도권 검열에 기생하는 어슬픈 소프트 포르노 사진에 불과합니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맛대가리란 없이 그저 검열의 허용 범위 안에서 더 많이 보여주려고 할 뿐입니다. 오히려 완전 노출 사진을 올린 자를 일러 '용자勇者'라 칭하기까지 하는 것이 오늘날 은꼴사 바닥이 돌아가는 꼴입니다. 그딴 어슬픈 포르노 흉내를 내려면 '은꼴사'란 이름을 사용하지 말 일입니다. 은근함이 빚어내는 상상력의 힘을 모독하는 짓입니다. 위의 저 사진을 보십시오. 훌륭한 은꼴사 한 장의 힘은 700메가 용량의 포르노 동영상 한편을 능가하는 힘이 있습니다. 상상력의 힘 때문입니다. 이 때 은꼴사는 더이상 시정잡배의 저급한 유희가 아니라 훌륭한 상상력 개발의 도구가 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상상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간단히 살펴 보고, 이를 통해 오늘날 '은꼴사' 문화에 대한 비판을 어슬프게나마 한번 해 보았습니다. 초승달로 나무를 베든, 은꼴사로 물건을 세우든, 핵심은 상상력의 힘입니다. 그리고, 상상력을 통해 꿈을 꾸는 것입니다. 이왕이면 불가능한 꿈을 꾸는 것입니다. 저처럼 말입니다. 여러분 모두 꿈 속의 미녀를 얻을 것입니다. 상상력의 힘입니다!! (참고로, 저는 수애와 결혼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OTL)
'잡상록(雜想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꼬리치는 개 - 불변의 진심을 담아 혼신의 힘을 다하다 (6) | 2009/11/14 |
|---|---|
| 배짱, 내겐 언제나 배고픈 그 이름 (0) | 2009/11/01 |
| 상상력의 힘, 꼴리는대로 상상하라! (2) | 2009/09/20 |
| 나이 서른 다섯에 얻은 나의 좌우명 (7) | 2009/09/16 |
| 로맨스의 야구, 설렘의 야구 (4) | 2009/08/29 |
| 북극곰돌이 이야기 (5) | 2009/08/05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