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크리스마스 저녁입니다.

아침엔 쓸데없이 일찍 눈을 떠서는 소파에 누워 하릴없이 책장만 한참을 뒤적였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스르륵 눈이 감겼고, 눈을 떠보니 점심 밥 때입니다.
짜장면 곱배기를 시켜서 먹었습니다.

짜장면 배달이 온 덕에 문을 열고서야 오늘 처음으로 바깥 하늘을 보았습니다.
우중충한 게 추적추적 진눈깨비라도 내릴 것 같더군요.
들뜬 마음으로 싸돌아 다니고 있을 연인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고소한 날씨입니다.
그런데, 유쾌한 마음은 잠시뿐이고 이내 제 마음도 날씨따라 우울해집니다.

얼마 전부터 마음 속에 멤도는 얼굴이 하나 있습니다.
아, 골치가 아파 죽겠습니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도저히 언감생심이거든요.
제가 하릴없이 나이만 쳐먹어가지고서. 내 5년만 더 젊었어도....

어젠 별 것 아닌것 처럼 슬쩍 크리스마스 인사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물론 정작 제 마음은 별 것 아닌게 전혀 아니었습니다.
답장이 오기까지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 모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발랄한 내용의 답장이 날아 왔습니다. 므훗~
아.....몇 글자 안 되는 그 문자 메시지를 몇 번이나 정독했던지.
행간에 숨겨진 뜻은 없는지 읽고 또 읽었습니다.

뭐, 그래봤자 별다를 게 있나요. 하.하.하.orz
그래서 결국 전 크리스마스 점심을 홀로 짜장면 곱배기로 때우고 있지요.
꾸역꾸역 짜장면을 먹는데 한숨과 탄식이 계속 나왔습니다.

함께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망상만 계속 떠오르더군요.
날이 날인지라 그냥 그러려니 스스로를 타일렀습니다.

마음을 달래볼까 싶어 수애 여신이 나오는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다운받아 보았습니다.
영화는 개차반이었지만 내내 수애 여신의 얼굴이 화면 가득한 것으로 위안받을 수 있었습니다.
역시, 결혼을 한다면 수애와 할 일입니다.
그래야 감히 대장부의 '호연지기'라 할만 합니다.

그런데, 전에 없던 생각이 하나 끼어들었습니다.
마음 속에 멤도는 그 얼굴이 수애의 미모와 자태에 뒤지지 않는다 생각되는 겁니다.
이런! 수애 여신을 향한 제 마음에 마가 낀 것인지. 이런 터무니 없는 생각을.

급기야 머릿속이 더 혼란스러워지고 마음은 어지럽기 짝이 없게 되었습니다.
아아아, 방 바닥을 몇 번이고 데굴데굴 구르며 몸부림도 쳐보고,
미친 놈처럼 괴성을 지르며 머리를 쥐어뜯어도 보았습니다만 별 무소용입니다.

마음같아선 미친 척하고 슬쩍 밥이나 한번 같이 먹자고 문자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입니다.
하지만, 거절하면 어쩌지요? 아아아아아아, 생각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드는 공포입니다.
이런 감정 느껴본 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전혀 익숙해지지가 않습니다. 이 나이에도.
자전거는 한번만 배우면 평생 몸이 기억하는데, 이런 감정은 왜 매번 처음인 것처럼 떨리기만 하는 겁니까?

휴대폰을 꺼내 문자를 썼다 지웠다 몇 번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다 뭐에 홀린 것처럼 그만 '전송' 버튼을 누르고 말았습니다.
으아아아아아악!!!!!!!!!!!!!!!!!!!!!!!!!!!!!!!

전.....어떡해야 합니까?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 위에 배 한 척이 떠 있다.
만약 그 배 안에 사람이 가득 차 있으면 지옥일 것이요,
그 배 안에 사람이 타고 있지 않다면
배는 그저 물결치는 대로 흔들릴 뿐이다.
텅 비어 있으면 자신에게 고요하고
남에게 아름답다.
                                                          - 장 자

차라리 마음 속이 텅 비어 있었을 때가 더 좋았나요..........?



                                   내 마음 속에 이제 막 헬리콥터가 한 대 떠올랐어요.
                                               지금 당신에게 날아가고 있어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동일 조건 변경 허락
Posted by 즐거운 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