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개라면 아주 환장해서 뒤집어집니다. (먹는쪽 말고 !!)
게다가 요샌 혼자서 늙어가다 보니 그 증세가 나날이 심해져 가고 있어요.
그러면서도 실제로 개를 키울 생각만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제가 저를 잘 알거든요......
다만, 예외가 있다면 거리를 떠도는 유기견이 운명처럼 저와 마주칠 경우,
그런 경우라면 무언가 운명일지니 받아들이자, 뭐 그런 생각은 종종 했습니다.
실제로 애견싸이트를 들락거리다 보면 거리의 유기견을 거두는 사례가 종종 올라오거든요.
그때마다 제겐 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며 은근히 씁쓸해 하곤 했지요.
그런데!!!
방금 전 제게도 운명같은 만남이 찾아왔습니다.
우유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오는 길.
갑자기 발 밑에 뭔가 기척이 느껴져 내려다 보니,
오~~~~웬 강아지가 한 마리 앉아 있는게 아닙니까!
그렁그렁한 눈망울로 절 올려다 보는 코카스패니얼 잡종 한 마리.
1살이 약간 안 되어 보이는 아직은 어린 녀석.
딱 보니 유기견입니다.
털 관리 상태를 보니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람의 손길을 타던 놈입니다.
애완견으로 오랜 세월 진화해 온 개들에겐 자기를 사랑해 줄 사람을 알아 보는 본능이 있는 법입니다.
특히, 버려진 애완견들은 생존본능상 왠만큼만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면 엉겨붙는 편이지요.
(논거는 없어요, 검증받은 바는 더더욱 없지요, 그냥 저만의 개소리일 뿐이지요...)
그런데, 이 놈이 절 바라보는 눈에서 순간 체념하는 빛이 느껴졌다면......
너무 심한 착각일까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제가 내리는 순간,
놈은 저를 따라 내리지 않았습니다.
나 지금 외면받은 거야...............................?
유기견한테...................?
아.....................................OTL........................
당장 갈 곳 없는 절박한 처지의 놈이지만 적어도 전 아니란 겁니다.
하긴...........인정 합니다만.........
그 짧은 순간, 너무나 정확한 판단을 내린 놈이 얄미웠습니다.....
방 안에 들어와서도 놈에 대한 생각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나갔을까?
오늘 밤은 어디에서 지낼 생각인거지?
배 고플텐데......
결국 다시 놈을 찾아 나섰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도 없길래 계단을 내려가는데 중간에서 놈과 마주쳤습니다.
흘낏 날 쳐다보더니............(뭥미?)
무심한듯 고개를 돌리고는 이내 2층 노래방의 닫힌 문을 기웃거리고,
계속 계단을 내려가더니 마침 지나가는 아가씨의 뒤를 쫓아 건너편 주점으로 후다닥 따라 들어갑니다.
.......................놈, 나에 대한 포기는 너무나 확고하고 흔들림 없구나........So Cool.........
그래, 그래......아직은 어린 녀석이지만 잘 살아남을 거야......
좋은 판단력을 가졌고 한 번 결정하면 뒤돌아 보지 않는 단호함과 굳은 심지까지 지녔는 걸....
선택과 집중을 할 줄 아는 현명함까지 터득한 놈이잖아.....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순한 그 눈망울에 어려있던 씁쓸한 체념? 아니 달관의 눈빛은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 어린 놈이 길을 잃고, 혹은 버려져서 길거리를 헤매게 되었을 때,
처음엔 얼마나 놀랍고 두려웠을까요,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처지를 묵묵히 받아들인 것 같은 그 눈빛....
난 네가 정말 걱정되어 무언가 해주고 싶었단다.....
하지만,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고 주저하던 그 짧은 순간을 읽어낸 너에게 내 자신이 참 부끄럽고 미안하구나.......
꼭 ! 좋은 주인을 다시 만나길 바래......
약간 손을 보아 이 곳에 올려봅니다.
왠지 저한테 묻는 것만 같은........
저도 이제 곧.....일 거라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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